
백패킹 3대 성지라고 하는 굴업도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백패킹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백패킹은 첫도전이라 짐을 최대한 줄여서 가볍게 다녀왔어요. 준비된 장비도 없었어요. 사려고 하니까 써칭할수록 눈이 높아져서 점점 고가에만 눈이 가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더라고요. 백패킹에 취미가 붙고나서 사면 몰라도 체질에 맞을지 어떨지도 모르고요. 욕심과 멋을 버리고 텐트와 매트를 저렴이로 구입하고 침낭은 빌려서 다녀왔습니다.
- 4만원대 1.8kg 텐트
- 2만원대 500g 발포 자충매트 2개
- 오리털 침낭 1개와 여름용 침낭 1개
- 비상용 은박지 담요 3개
- 바로쿡 용기와 라면 2개
굴업도는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섬으로, 개머리언덕의 멋진 일몰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작년 말 직항편이 생겼는데, 인천항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약 2시간45분(짝수날 기준) 소요됩니다.예약은 가보고싶은섬 어플로 하시면 편해요. 연휴라 배표와 민박 모두 만석이었지만, 출발 이삼일 전부터 취소표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굴업도 정보와 배편
- 위치: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에 속한 섬
- 면적: 약 1.7km²
- 배편: 인천항여객터미널에서 출발
- 운항시간: 인천 → 굴업도 (짝수일 9:00~11:45 / 홀수일 9:00~12:50)
굴업도 → 인천 (짝수일 11:45~15:35 / 홀수일 12:50~15:35)
- 주말 및 성수기에는 증편 운행
- 소요시간: 약 2시간 45분
- 요금: 성인 편도 약 20,000원, 왕복 38,000원 / 소인 50% 할인
- 예약방법: 가보고싶은섬 어플 추천
- 문의: 인천항여객터미널 (032-888-6969)

미리 예약을 안하고 전날 전화했더니 다들 점심준비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굴업도 총 인구수가 20명도 안되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민박이 전부이기 때문에 이번 연휴처럼 굴업도행 배편이 만석(직항편 최대 388석)인 경우 미리 식재료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 안하면 식사가 어려운 거에요. 다행히 장할머니댁에서 초등아들과 둘이라고 했더니 자율배식이니까 와서 먹으라고 해주셨어요.
굴업항에 도착하면 민박집 트럭들이 입도하는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짐만 트럭에 실어도 되고, 사람도 함께 탈 수 있어요. 우리는 장할머니네 트럭에 짐을 싣고 걸어갔는데, 짐 없이 걸으니까 10분 정도면 충분했어요.


점심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굴업도의 유일한 편의점인 '다잇소'에 들러 생수와 간식을 구입했습니다. 이곳은 개머리언덕으로 가기 전 마지막 물품 구입 장소입니다. 해변 끝에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트레킹 시작인데요, 여러 후기들을 보았지만 개머리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수월했어요. 짐을 줄였기 때문일수도 있겠네요.
철문을 열고 개머리언덕까지 정확히 20분이 걸렸습니다. 40분이라는 후기가 다수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요. 언덕 끝에 자리를 잡기에도 충분한 순서로 입성했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고 초보 백패커라 조금 안쪽에 자리잡았어요. 텐트 안에서도 바다와 개머리언덕 끄트머리가 보이는 좋은 위치였죠. 날은 화창했는데 바람은 엄청 부는 날이었어요.






저녁밥은 바로쿡 용기에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장할머니댁에서 점심 먹으며 부탁드려 쌀밥 한주먹을 가져가서 밥도 말아먹었죠.언덕 전역에서 취사가 금지되어 있어요. 화장실도 없고요. 양칫물은 미리 준비해간 소형 쓰레기봉지에 사용한 휴지 몇장을 넣고 뱉어냈어요. 아이에게 이런 멋진 곳이 유지되게 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해질 무렵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텐트에서 나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자리를 잡았어요. 다행히 날씨가 맑아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었어요. 아이는 지는 해를 물끄러미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밤에는 기온이 11~12도로 내려가고 바람도 많이 불어 조금 쌀쌀했어요. 가져간 은박비상담요를 텐트 바닥에 방수포 대신 깔았고, 자다가 추워서 이불로도 활용했는데 정말 요긴했습니다. 미니멀 캠핑을 계획하신다면 필수 비상템으로 추천합니다. 저는 이생각 저생각에 조금 뒤척였지만 아들은 코를 골고 잘 자더라고요.
다음날 내려오는 길에 사슴 세마리를 봤어요. 진짜로 있더라고요. 가까이 다가가니까 나무숲 사이로 냅다 달려가 숨어버렸지만, 동물원이 아닌 자연속에서 사슴을 진짜 보다니 행운이지 뭐에요.
굴업도 맛집으로 유명한 이장님댁에 가보려 했으나, 아침 식사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저희는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조금 안쪽에 있던 신식 민박인 힐링펜션에서 남아있는 반찬과 제육볶음으로 아침을 준비해 주셨어요. 여기도 처음엔 안된다고 했었거든요. 배가 만선일 정도로 방문객이 많은 날에는 미리 식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거 다시 한 번 강조!


굴업도 민박 및 식사 정보 (2025년 5월 기준, 예약 필수)
- 이장님댁: 032-832-7100 / 010-9072-3775
- 장할머니집: 032-831-7833
- 고씨네민박: 032-832-2820 / 010-3931-2061
- 힐링펜션: 010-8864-8235
- 숙이네펜션: 010-3134-3848 / 010-4099-3848
- 해바라기펜션: 010-6598-7756
- 산장민박: 010-5202-3227
- 현아민박: 032-819-2554 / 010-8626-2554
- 굴업민박: 032-831-5349 / 010-4199-3227
아침을 먹고 해변 쪽으로 나오는 길에 이장님을 만났는데, 덕물산에 가보려고 한다니까 아침은 못줬지만 가방을 실어주겠다며 트럭에 두면 배시간 맞춰서 항구로 가져다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다녀온 여행객들이 이장님 이장님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덕물산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산은 아니었고, 입항했을때 항구 초입에사 본 입산금지 표지판도 마음에 걸렸는데, 산길이 초행에 아이를 데려가기 수월하게 보이지도 않았어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 정상까지는 가지 않고 돌아내려와 항구로 향했답니다. 인천항에 도착해서는 돌아오는 길에는 인천 중구 송월동 차이나타운에 들러 맛있는 짜장면과 중국요리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참, 주차 얘기를 꼭 해야겠네요. 인천항여객터미널 주차장 1일 1만원으로 알고 배 출발시각 한시간 전인 8시에 도착했는데 2주차장까지 다 만석이었어요. 어떤 차는 너무 급해서 주차장 통로를 막고 배를 타러갔는지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더라고요. 우물쭈물하다 배시간 놓치겠다 싶어 주차장 주변 탐색을 포기하고 반대편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서 적당한 공간을 다행히 찾을수 있었어요.
경량 장비로 떠난 백패킹 여행이었지만,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아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미니멀하게 준비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굴업도, 더 많은 분들이 이 아름다운 섬의 매력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참참, 한가지 얘기 더 추가. 굴업도 쓰레기 얘기가 많은데요. 덕물산 가는길 목기미 해변이 밀물에 떠밀려온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로 지저분하고 냄새도 좀 나더라고요. 첨엔 관광걕들이 버린건가 했는데, 대부분이 한자상표의 중국제품이더라고요. 바다건너 대륙에서 밀려온건가봐요. 인구수가 적어서 섬에는 해변에 떠밀려온 오물을 관리할 여력이 없는게 아닐까 싶어서, 대책이 필요하겠어요.


https://youtu.be/tiJjj0eB1Iw?si=QMb00A23y7a0014O